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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야기

[단독] 외교부 차관 당정회의 발언 파문 “러 유학생 피습 왜 국가가 책임지나”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이 최근 러시아에서 잇따라 발생한 한인 유학생 피습사건과 관련, ‘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차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국립공원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환경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왜 외국에서 난 사고는 외교부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말했다고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이 18일 전했다. 당시 회의에는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과 황진하, 최구식 의원 등이 있었다.

천 차관은 또 “우리 국민의 외국활동 사례가 늘다보니 부득이하게 사고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사고를 의식해 글로벌 코리아 정책이 지장을 받으면 안 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천 차관은 우리 정부가 러시아 모스크바를 ‘여행유의 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지나쳤다며 “외교부가 그런 조치를 했다고 국회가 외교부를 꾸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천 차관의 발언은 여당 의원들이 문제를 삼을 정도였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그의 국립공원 비유에 대해 “적절하지 않은 비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글로벌 코리아를 위해 일부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도 “1700년대 신대륙 개척시대에나 통하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천 차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내에서는 국가와 개인간 책임 구분이 명확하지만 해외에 나가면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개인 책임도 국가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게 대부분의 국민정서”라며 “늘어나는 해외 진출에 비해 부족한 영사인력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하다 보니 그런 얘기를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외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여행금지 조치를 취해온 외교부 관행에 대해 장기적으로 재검토해보자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정책위의장은 “(천 차관이) 업무 특성상 외부와의 소통이 많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국민 정서를 이해하는 측면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