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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야기

오바마, 의회설득 통해 건보개혁 … MB, 세종시·4대강 ''설득 부재''


 
“청와대, 민주주의적 절차와 과정 부차적으로 생각”
2010-03-22 오후 12:20:03 게재

#1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오하이오 방문길에 이 지역 쿠치니오 민주당 하원의원을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 태웠다.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반대하는 쿠치니오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지난 18일에는 예정됐던 해외순방 일정도 연기했다. 의회를 설득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결국 보험혜택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이 건보법은 22일 미 하원을 통과했다.

#2 지난 연말 미디어법 통과 당시 국회 문방위 소속 친박계 ㅇ의원은 상임위 개최 이틀 전에서야 정부안을 받았다.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니 꼭 통과시키라”는 뜻이었다.
ㅇ의원은 “세종시든 4대강사업이든 지금 청와대는 민주주의의 절차와 과정을 부차적으로 보고 있다. 과거정부도 이러지는 않았다. 지난 2년간 이런 과정이 이른바 친박과 친이가 화합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 이유”라고 털어놨다.
◆의회 설득하려 외교결례 감수 = 22일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국정과제의 하나인 건강보험 개혁이 실현됐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1912년 대통령 유세에서 공약했던 전국민 의료보험의 꿈이 100년만에 현실이 된 것이다.
법안통과 1등공신은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는 설득과 소통의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반대파 의원들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 대접하거나 대통령 집무실에 불러 독대하는 등의 노력으로 법안반대 의원들을 지지로 돌려놓았다.
민주당 내 강경반대파였던 쿠치니치 의원은 에어포스원 동승 이틀 뒤 기자회견에서 “지금이 얼마나 절박한 때인지 알게 됐다. 하원 표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태도를 바꿨다. 스콧 머피(뉴욕), 수전 카즈머스(플로리다) 의원 등도 백악관 독대 뒤 찬성으로 돌아섰다.
오바마는 세금인상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는 보수층 설득에도 적극 나섰다. 오바마는 지난 17일 보수성향의 폭스뉴스에 출연해 “의원들의 건보 개혁법안 찬성 여부가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스뉴스는 보수성향의 논객들을 출연시켜 오바마 정책에 반대해온 대표적 보수언론이다.
심지어 개혁법안 통과를 위해 외교적 결례까지 감수했다. 당초 18일 출국해 괌, 인도네시아, 호주를 거쳐 24일 귀국할 예정인 순방 일정을 일주일간 연기한 것이다.

◆설득과정 생략되면서 갈등비용 더 치러 = ‘설득의 리더십’이란 측면에서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현안이 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나, 4대강 등 이른바 ‘국가적 의제’에 대해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설득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갈등을 더 격화시켰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설득과 소통의 부재에 대해서는 야당이나 친박계는 물론 친이 관계자들도 대부분 동의한다. 한나라당 친이계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은 종종 자신의 경험에 비춰 ‘이렇게 하면 되는데 왜 못하느냐’고 질책을 한다”며 “대통령이 너무 경험이 많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도 “이 대통령은 일찍부터 기업체에서 CEO를 역임하면서 설득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며 “정치에 대한 거부감이 덧붙여지면서, 설득이나 소통을 비효율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설득의 부재는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더 치르게 만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강대 정치학과 이현우 교수는 “미국의 건보개혁안 처리 과정을 보면서 우리 대통령이나 정치권이 배워야 할 게 많다”며 “대통령은 효율과 경제성을 중시하지만 설득·소통부재 때문에 일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서 그것으로 인한 갈등비용은 훨씬 더 크다”고 지적했다.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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