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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뜨꺼워지는 이야기

'촛불 공격'에 깔린 선거 계산법

어이없어 하지 마라. 분개하지도 마라. 대통령이 '반성'을 촉구하고 한나라당이 '사기극'이었다고 강변하는 것은 '촛불 시민'을 누르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반대다. 결속시키기 위해서다. '촛불'을 공격함으로써 보수층이 '선거 촛불'을 들도록 만들려는 심산이다.

그러면 이긴다. 보수층을 결속시키면 지방선거는 따 논 당상이 된다.

이명박 정권 들어 치러진 재보선 결과를 보면 안다. 여권이 왜 '산토끼'를 제쳐놓고 '집토끼'에 올인하는지 그 연유를 알 수 있다.

늘 앞섰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민주당을 최소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그런데도 졌다. 대부분의 재보선에서 민주당에 졌다.

보수층이 태만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마음투표소에서 발산하는 게 아니라 장롱 속에 가둬버렸기 때문이다. 재보선이 '반MB' 판이 되도록 방치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이상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한나라당 지지율 또한 민주당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선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다. 대통령을 좋아하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표심이 기표를 하지 않으면 여론조사 수치는 모의고사 성적에 그칠 수밖에 없다.
                            

                                                         ▲ 2008년 촛불시위 장면 ⓒ프레시안

그래서 '울분'을 자극하는 것이다. 뒤통수 얻어맞은 영상, 앉아서 손해 보는 느낌을 보수층에게 전파시켜 만회심리를 추동하려는 것이다.

이러면 탄탄대로를 달린다. 보수층 결집의 또 다른 매개인 '천안함'에 방호벽설치함으로써 '괴담'과 '선동'의 여지를 차단할 수 있다. '광우병 괴담'으로 '광란의 선동'을 일삼던 세력이 다시 발호하고 있다는 경계음을 자동으로 울릴 수 있으므로 보수층의 투표심리를 인양할 수 있다.

유시민 예비후보의 '천안함 소설' 발언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문제 삼고 보수언론이 성토하는 것에서 읽을 수 있다. 민주당 추천으로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 된 신상진 '서프라이즈' 대표를 교체해달라고 국방부가 국회에 요청한 것에서 읽을 수 있다. 이미 시작됐다. '촛불 광란' 이미지를 '천안함'에 오버랩시켜 '괴담'과 '선동'이 발호할 여지를 원천 차단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걱정할 필요 없다. 이런 시도가 진보 표심을 역자극하는 결과를 빚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그래봤자 소수다. 보수층 결집 규모보다 적기에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어차피 한 표 차 승리도 승리다.

부동층이 자극 받는 것이 약간 걸리긴 하지만 이 또한 크게 염려할 바는 아니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50%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 아닌가. 투표할 의향도, 동기도 없는 부동층에게 멱살 잡고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들이 팔 걷어붙이고 앞으로 나서겠는가. 아니면 진저리 치며 뒤로 물러서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