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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뜨꺼워지는 이야기

요트 많이 팔려 경기 좋다? '황당 경제수석'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 발언... 민주당 "도대체 이해 안돼"
김대기 경제수석
ⓒ 연합뉴스
김대기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이 '10월 고용대박'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가운데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방 경기가 좋다는 설명을 하면서 '요트가 잘 팔린다'는 예시를 들어 청와대의 경제 상황 인식에 한계를 드러냈다.

김 수석은 1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면서 "전남도지사가 마리나 사업을 한다고 요트 선착장을 만드는데, (수요를) 4~5년을 앞서보고 200석짜리 하나, 100석짜리 하나 이렇게 만들었는데 벌써 300석이 다 찼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의 발언은 '지방 경기가 좋다'는 예시 중 하나로 나온 것. 김 수석은 "수출도 잘 되고 있고, 지방 경기도 좋다"며 "지방의 공단들의 생산증가율과 수출증가율이 전부 20%를 넘는다. 대구는 섬유산업이 호황이라고 한다. 왜 호황이냐고 물어보니, 아웃도어용 옷이 날개 돋힌 듯 팔린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이어 "부산에 가니 KTX가 뚫린 다음 대구, 울산 사람들이 다 부산 가서 놀고, 거가대교가 뚫린 뒤 거제도 사람들도 부산으로 간다고 한다"며 "완도는 전복이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일본대지진이 일어난 곳의 해산물 공급이 줄어 그 곳에서 한국 전복이 20~30%를 점유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상황 상당히 괜찮아... 청년실업률 높은 건 20대가 적기 때문"

이날 김 수석은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청와대에 주로 정치부 기자들이 많으니 (기자들이) 경제에 대해 공부를 좀 시켜 달라 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브리핑의 전반적인 기조는 박 장관의 '10월 고용대박' 발언을 두둔하는 수치를 제시하고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김 수석은 전체 실업률 2.9%, 청년실업률 6.7%인 한국의 실업률과 이보다 높은 미국·호주·일본·독일·프랑스의 실업률 수치를 제시하면서 "일자리 상황이 지금 상당히 괜찮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장관의 '10월 고용대박' 발언에 대해 김 수석은 "GDP도 예상보다 안 좋고 수출도 떨어지고 해서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 줄 알았다. 9월에도 늘어나는 속도가 줄었지만 10월에 50만이 늘어나니까 박재완 장관이 놀라서 '대박'이라 그랬다가 쪽박을 쳤는데 (실제로 일자리가)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수석은 이어 "언론에서 '실업률이 엉터리다' '체감과는 다르다' '50·60대 일자리만 늘어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며 "20·30대 인구 자체가 줄고 있다. 이게 바로 저출산의 무서움"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금년 20대 인구가 13만이 줄었는데 일자리는 6만 개가 줄었으니 사실상 7만 개가 늘어난 것"이라며 "50·60대는 사람이 많으니 일자리도 늘어가는 것이다. (청년층에) 사람이 적은데 취업자가 늘어날 수 있느냐"고도 했다.

일각에서 한국 정부의 실업률 통계가 ILO(국제노동기구) 기준과는 다르다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 김 수석은 "내가 통계청장을 해서 공부가 잘 돼 있다"며 "(한국의 실업률 수치는) 거의 완벽하다. 미국, 일본 등 외국과 같이 조사한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지방 경기도 좋고 고용도 잘 되는데 체감경기는 왜 이렇게 야단일까를 봤다"면서 그 원인으로 ▲ 물가상승 ▲ 자영업의 부진 ▲ 건설경기 침체 등 3가지를 꼽았다. 또 앞으로의 과제로는 ▲ 물가안정에 전력 ▲ 글로벌 재정위기 극복 ▲ 서민경제 활성화 ▲ 주거안정 및 건설경기 활성화 ▲ 경제 리스크 요인 제거 등을 제시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 "무슨 황당한 소리?"

김 수석의 '요트 발언'과 '지방 경기 좋다'는 발언에 대해선 즉각 비판이 나왔다. 지난 정부에서 국세청장·행자부장관·건교부장관을 지낸 바 있는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 수석의 브리핑 내용을 전해 듣고 "전혀 현실을 모르는 황당한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 위주 발전 전략과 각종 수도권 규제 완화로 지방경기는 황폐화 돼 붕괴 직전이고, 부자감세로 지방세수도 많이 줄어 봉급도 못 주는 지자체가 많다"고 반박했다.

김 수석이 지방경기 활성화의 예시 중 '요트가 많이 팔렸다'는 얘길 한데 대해 이 대변인은 "경기에 예민하지 않은 부유층들이 주로 구매하는 요트 판매를 갖고 경기가 좋아졌다 안 좋아졌다 얘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중산층 서민들이 주로 구입하는 국민주택이나 레저 관련 물품, 생필품 등의 상황을 보고 따져야지, 돈을 쌓아두고 있는 이들의 기호품을 갖고 경기를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김 수석의 '청년 숫자가 적어 청년 실업률이 높다'는 발언에 대해 이 대변인은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되는 황당한 발언"이라며 "절대숫자로만 보면 청년층의 인구가 적지만, 실업률은 비율로 하는 것이고 분모도 청년인구이고 분자도 청년인구인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길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또 김 수석이 실업률 통계의 정확성을 강조한 데 대해서도 "우리나라보다 고용률이 높은 국가의 실업률보다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낮게 나오는 것은 분명 우리나라 고용 통계가 문제가 있음을 나타내는 증표"라며 "정부가 잘못된 통계를 갖고 고용시장이 크게 해소됐다고 하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