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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야기

세종시 수정발표-고용효과 등 대부분 ‘뜬구름 계획’

삼성 “과학비즈벨트 안되면 안들어가”
웅진 “정부안 국회 무산되면 재검토”

ㆍ발 담근 기업들, 언제든 발 뺄 가능성

삼성을 비롯한 4개 그룹이 세종시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고용 효과 등을 산출한 자료 대부분이 추정치에 불과해 정부 발표대로 세종시가 자족도시로 기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전핵심 기업인 삼성조차 “정부가 약속한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이 안되면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선을 긋는 등 기업들의 실제 이전도 유동적일 수 있다.

삼성은 11일 세종시에 태양·연료전지 같은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 등 ‘신성장동력’이 될 사업 위주로 세종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165만㎡ 부지에 삼성전자 등 5개사가 내년부터 2015년까지 2조5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또 헬스케어를 키우기 위해 전자 기술을 융합한 첨단의료기기 단지 조성 등 3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웅진은 삼성 다음으로 큰 66만㎡ 부지 계열사를 이전하며 2020년까지 9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웅진에너지의 태양광 부품인 잉곳·웨이퍼 3공장과 시스템 공장, 웅진코웨이의 환경가전 공장과 물류·교육센터, 웅진케미칼의 첨단 소재 공장 등을 지을 방침이다.

충청지역이 기반인 한화는 60만㎡ 부지에 10년간 1조3270억원을 투자해 방산기술을 포함한 태양광 사업 등 신성장동력 분야의 연구개발(R&D)센터와 태양전지 및 태양광 모듈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롯데는 6만6000㎡ 부지에 2020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롯데식품바이오연구소’를 세울 방침이다.

하지만 최장 10년 동안 마무리될 실제 투자 과정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세종시가 정치적 결정인 만큼 외풍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삼성전자 김순택 신사업추진단장이 1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빌딩에서 세종시 투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삼성은 정부가 내세운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전제로 세종시에 입주할 계획이라며 조건을 달았다. 삼성 김순택 신사업추진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말한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 조성이 안 된다면 우리가 굳이 세종시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며 “사업이라는 게 시장 상황과 여건의 변동에 따라 시기가 바뀔 수도 있어 앞으로 5년간 상황을 무조건 못박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세종시 이전 게획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다.

웅진 측도 “지금 계획은 정부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했다는 가정을 전제로 잡은 것”이라며 “정부안이 변경되거나 무산된다면 재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경우 맥주공장 등 추가 투자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로선 제2롯데월드 허가에 대한 체면치레에 가까운 ‘화답’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웅진과 한화는 연고지인 충청 지역과의 관계를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삼성이 ‘신수종 사업’으로 키우려는 헬스케어 가운데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부문은 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대구에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세종시로 갈 경우 정치적으로도 미묘한 파장이 올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소식이다.

특히 삼성이 국내외 5개 기업이 계획한 총 투자액(4조5000억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것에 대해 이건희 전 회장의 특별사면과 세종시 이전을 ‘빅딜’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 김순택 추진단장은 “대기업이 사업을 즉흥적으로 할 순 없다”며 “이 전 회장의 사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기업들의 투자 규모나 고용 창출효과도 2020년이 돼봐야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한화와 웅진은 2020년까지 각각 3000여명, 2700여명 고용 창출과 7300여명, 8000여명씩의 인구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추정치일 뿐이다. 웅진 측은 “인구유입효과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3인 가족을 기준으로 인구유입 효과를 계산한 것을 토대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도 “기존 연구소에 있던 핵심인력 등을 감안하면 실제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1000여명이 될 수 있을지 정확히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이전하는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세종시 수정안이 정치적 문제로 아예 무산되거나 바뀔 수도 있어 여전히 투자를 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