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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약정에 '반토막' 난 불법 페이백…갤럭시S9 출시 첫날 사라진 '대란'

3월 9일 오후 3시.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에 위치한 이동통신 유통점들을 찾았다.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불법 페이백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곳이다. 갤럭시S9 출시일을 맞아 불법 페이백(공식 보조금 외에 추가로 현금을 돌려주는 것)이 풀릴 기대감 때문에 매장마다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람들이 많이 몰린 곳을 찾으면 십중팔구 불법 페이백을 뿌리는 곳이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추진 탓인지 작년보다 불법 페이백 규모는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9일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휴대폰 판매점들.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매장. / 안별 기자

◇ '갤럭시S9' 불법페이백 25만원… 작년 대비 ‘반토막’ 수준

신도림 테크노마트 중심부에 자리 잡은 한 매장에서 첫 번째 상담을 받았다. '갤럭시S9' 64기가바이트(GB) 모델(95만7000원)을 사고 싶다고 했더니 판매자는 계산기에 숫자 ‘25를 입력했다.

기자가 “25만원을 (페이백으로) 주겠다는 의미냐”고 묻자 판매자는 “번호 이동을 하고 6만원대 이상 요금제에 가입하면 현금 25만원을 주겠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이어 이 판매자는 “여기에는 25% 선택약정 요금할인은 포함하지 않은 가격”이라며 “6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2년간 약 36만원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지원금액에 요금 할인 금액을 더하면 61만원이 된다. 갤럭시S9 실제 구매 가격은 34만7000원까지 내려간다.

이 판매자는 “요즘은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받는 것보다 25% 선택약정 요금할인을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면서 “6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공시지원금을 15만원 밖에 못받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은 공시지원금을 받으면 호갱(호구+고객·어수룩해 다루기 쉬운 손님)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매장들도 살펴봤다. 대동소이하게 25만~30만원의 페이백을 제공하겠다는 매장들이 많았다. 10곳 중 6곳에서 페이백을 약속했다. 작년 이맘때 통신사들이 갤럭시S8 리베이트(판매장려금)를 대거 풀면서 50만원 이상의 페이백이 성행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매장 판매원들은 작년 갤럭시S8 출시일과 비교하면 페이백 규모가 절반 가량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통신사들이 리베이트를 줄인 이유는 정부가 추진 중인 통신비 인하정책과 관련이 있다.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이 인상됨에 따라 리베이트 규모를 과거에 비해 줄였다는 것이다. 또, 올 6월 5세대(G)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있어 통신사들이 리베이트 지갑을 조금만 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25% 요금할인 시행 후 통신사들이 매출 감소 부담을 느껴 리베이트를 줄여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 믿으면 ‘호갱’되기 십상…꼼꼼한 확인은 필수

매장을 돌면서 어떤 곳은 갤럭시S9을 40만원에 팔겠다는 곳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페이백 해주겠다고 약속한 현금과 가입후 2년간 25% 선택약정 요금할인으로 받는 액수까지 공제한 가격을 이야기 했다. 얼핏 보면 다른 매장들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한 것이었다. 일종의 눈속임이었다.

이들은 95만7000원인 갤럭시S9을 소비자에게 55만7000원을 지원해줄테니 40만원만 주면 살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실제로는 소비자가 2년간 받을 선택약정 요금할인액 36만원(6만원대 요금제 기준)을 빼고 페이백으로 19만7000원을 지원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25만원의 페이백을 지원한다고 한 다른 매장들보다 5만원 가량 적었다. 이는 단말기 구매시 복잡한 계산 때문에 혼동을 일으키는 소비자들의 허점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25% 선택약정 요금할인을 3년간 받을 것으로 가정하고 3년치 할인금액을 합산시킨 뒤 갤럭시S9 구매 가격이 20만원이라고 안내하는 곳도 있었다. 기자가 25% 선택약정 요금할인 약정은 2년까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묻자, “만료 후 1년간 더 연장해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이 비용까지 포함해 가격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단말기 가격의 3분의 1을 대납해주겠다고 약속하는 판매점도 있었다. 하지만 사용한 단말기를 반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 안별 기자


또다른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쓰던 폰을 반납받는 조건으로 페이백을 약속하는 곳도 있었다. 싸게 살 수 있는 것처럼 안내를 받아 갤럭시S9 개통 계약서를 쓰다가 중고폰 반납 조건을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회사원 송모씨는 “갤럭시S9을 싸게 산다고 좋아했는데 계약서를 다 쓴 말미에 갑자기 쓰던 폰을 자기들에게 반납해야 25만원을 준다고 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유통점 관계자는 “본인이 실제로 납부해야 하는 단말기 구매가격을 기준으로 다른 매장들과의 조건을 비교하면 실제 판매점의 지원금액을 확인할수 있다”며 “‘호갱’이 안되려면 월 납부액으로 설명하는 매장과 지나치게 낮은 구매가격을 제시하는 곳들의 경우 꼼꼼히 계약조건을 확인해야 된다”고 말했다.


 LG전자가 9일 출시한 ‘V30’ 업그레이드 모델 ‘V30S 씽큐’ / LG전자 제공

◇ LG ‘V30S 씽큐’ 재고 없다는 곳 많아

이날 갤럭시S9과 함께 출시된 ‘LG V30S 씽큐(ThinQ)’의 경우 갤럭시S9의 대항마로 평가 받았지만,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선 재고를 가진 곳조차 찾기 어려웠다. 한 판매점에선 출시일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판매점의 한 직원은 “재고가 없다. 오늘이 출시일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기자가 V30S 씽큐를 찾자 판매점 직원이 LG V30S 씽큐 페이백 가격이라며 일정 금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작 직원이 보여준 페이백 가격 지원 비교표에는 V30S 씽큐 대신에 2017년 9월 출시된 전작 ‘LG V30’이 적혀 있었다.

제시된 V30 페이백 가격도 이날 출시된 갤럭시S9과 비슷한 수준인 20만~25만원 정도였다. 판매원 김모씨는 “V30S 씽큐는 찾는 사람이 없어 페이백 가격을 따로 책정하지 않았고 우리가 지원하는 V30 페이백 가격은 갤럭시S9과 5만원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며 “갤럭시S9을 사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매장을 돌며 만난 판매원들은 “V30S 씽큐가 구모델인 V30과 별반 차이가 없고, 신모델이라는 느낌이 없어 제품을 찾는 고객이 많이 없다”며 “재고 자체도 많이 확보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 매체들이 V30S 씽큐에 대해 “기존 고객을 배려한 매력적인 모델이고 창의력에 감탄했다”고 호평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달랐다. 

단말기 업계 한 관계자는 “V30S 씽큐가 내세우고 있는 공감형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전작에서도 즐길 수 있다”며 “램 용량이 4GB에서 6GB로 커진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단말기 업계 관계자는 “LG가 내놓은 이번 신제품은 기존 LG 제품 사용자들을 배려한 전략 모델로 호평을 받았지만 그 때문에 신규 수요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V30S 씽큐가 내세우는 ‘공감형 인공지능’ 기능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V30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공감형 인공지능 기능은 사물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가져가면 최적의 촬영모드를 추천해주거나 상품정보 검색을 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