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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야기

‘삼성X파일’ 폭로자만 처벌…거꾸로 선 정의

[한겨레]'떡값검사' 공개한 노회찬, 의원직 상실 판결 확정


당시 수사지휘 황교안은 법무장관 후보에 올라

'삼성 엑스(X)파일 사건'을 폭로한 노회찬 의원(진보정의당)이 14일 의원직을 잃었다. 2005년 8월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전·현직 고위 검사 7명의 이름을 공개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며, 대법원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선거법 외의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바로 전날인 13일, 노 의원의 고교 동기(경기고 72회)로 '삼성 엑스파일 사건' 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았던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특별수사팀은 2005년 12월, 유력 대선 후보와 검사들에게 불법자금을 전달하려 했던 정황이 1997년의 안기부 도청 녹취록으로 생생하게 드러났던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학수 삼성 부회장, 홍석현 중앙일보사 사장 및 떡값을 받았다는 전·현직 검사들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반면 이를 앞서 보도했던 이상호 <문화방송> 기자와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은 되레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노 의원도 검찰 조사를 받다 2007년 5월 기소됐다.

두 고교 동창의 운명이 엇갈린 것처럼, 8년 만에 사법적 판단이 마무리된 '삼성 엑스파일 사건'도 그 결과가 거꾸로 됐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불법자금 수수 의혹이 분명한 이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반면, 이런 의혹을 공개한 기자와 국회의원만 처벌을 받은 것은 형평성 등 일반적 법감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노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노 의원이 2005년 8월 국회 발언 관련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게재한 것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앞서 2011년 3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상호 기자 등에 대해 유죄를 확정할 때도 같은 이유를 댔다. "불법감청된 내용이더라도 공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뚜렷하면 공개할 수 있지만, 떡값 검사 문제는 8년 전의 대화 내용이어서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선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에도 "대기업이 대통령선거와 검찰 조직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법 행태야말로 민주적 헌정질서의 뿌리를 위협하는 것으로 매우 중대한 공익 문제"라는 비판이 있었다. 8년 전 일이라지만 정경유착 등 위법 의혹이 여전한 터여서 보도의 시의성이 있고, 실명이 공개된 검사들이 공인이어서 보도로 인한 이익이 통신비밀의 유지로 얻어지는 이익보다 더 크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원이 기계적 틀을 들이댄 탓에, 결과적으로 거대한 권력비리 대신 이를 공개한 행위만 과도하게 처벌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