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예정된 승부에도 가슴을 뒤흔드는 한방
MOVIE REVIEW | NO. 01 |
사람 관계를 중시하는 국내의 정서상 변호사가 아닌 변호인이란 제목은 느낌이 남다릅니다. 직업을 칭하기보단 사람을 칭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이 영화는 정치인이었던 실존인물의 모습보다는 평범한 국민의 사람이었던 시절을 비추는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인물 중심의 영화가 아닌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이라고 보는게 옳을테지요. 이 작품은 또 다시 정치적인 잣대로 보는 사람이 있을 게 불을 보듯 뻔해서 마음이 불편한데, 순수하게 영화로만 판단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의 착상은 여러 법정 영화의 전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한국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실존 인물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훨씬 생동감 있게 느껴지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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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가정 형편의 남자, 판사를 거쳐 변호사를 거치며 어느 정도 속물 근성도 생기기 시작할 무렵 맡게 된 국보법 사건에 직면한 한 인간의 신념을 다룬 이 작품은 참으로 송강호의 영화네요. 개인적으론 <관상>의 송강호는 자신에게 잘 맞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지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였다고는 생각치 않는데 <변호인>에서의 모습은 정말 그 아니면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네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재밌고 흥미진진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그의 존재와 연기는 그런 지루함을 모두 커버하고도 남습니다. 일반적인 성공 스토리를 따라가는 전반부의 내용은 그리 특별한 것은 없어서 다소 밋밋함을 주는데도 그의 연기는 진심이 묻어나는 대목이 몇 군데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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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화국에 들어서는 시점부터 사회의 부조리한 것들과 마주선 이후 공권력을 향해 쓴소리를 하기 시작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할 수 밖에 없는데 정확한 발음의 표준어를 구사하는 변호인이 아닌 사투리로 자신의 감정을 마구 분출하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가슴에 꽂힙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이 <도가니>와 유사한데, 후반부 재판 장면은 훨씬 파워풀합니다. 이건 국내 어떤 재판 장면보다 인상적인데 대공 수사 경찰로 등장하는 곽도원은 마치 <어퓨굿맨>의 잭 니콜슨과 같은 엄청난 카리스마와 철옹성 같은 뚝심을 자랑하더군요. 여기에 비하면 그저 세법 변호사였던 송강호의 모습은 풋내기 톰 크루즈의 모습과 일치하기도 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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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국내에 재판을 다루는 영화들이 꽤나 있는데 기본적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당시 상황이 지금에 보면 말도 안되는 난해한 세상이었던 점은 <도가니>에서, 재판의 난맥상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해주는 <부러진 화살>의 재판 장면까지 그들의 장점을 합쳐 완성된 듯한 <변호인>은 그래서 더욱 인상에 깊습니다. <살인의 추억>에서 깊은 눈으로 말하던 송강호의 연기는 이제 크게 일갈하면서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도무지 어디서 저런 연기가 나오는지 알 수 없는 김영애씨의 어머니 연기까지 무시무시함과 진심에 합해진 모든 출연자의 연기가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살립니다. <변호인>은 한 실존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끄러워서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지난 과거에 대한 반성과 당시 동시대를 살아간 모든 사람들에게 대한 가슴절절한 사과문처럼 느껴집니다.
* 하루에 열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어. 후루룩 짭짭 맛있는 돼지국밥! * <설국열차>와 <관상> 이후의 송강호. 과연 도합 3천만을 찍을 수 있을까요? * 30대 이상에겐 꽤나 파괴력이 있을 듯 한데 과연 20대 이하의 관객들에겐 어떨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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