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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뜨꺼워지는 이야기

텐트 치는 산타, 아세요? 가난한 가정 3200곳에 난방텐트 보낸 바이맘이야기

텐트 치는 산타, 아세요? 가난한 가정 3200곳에 난방텐트 보낸 바이맘이야기


창문이 훅 밀렸습니다. 부산 앞바다에서 불어온 바닷바람이었지요. 부산시 동구 수정동 고갯길, 78세 김 모 할머니의 집에 들어서자 방바닥의 냉기가 발바닥을 타고 찌르르 올라왔어요. 먼지 한 톨 없이 단정한 집안 풍경은 집주인의 직업이 주는 선입견을 깼지요.

부산역 고물상에 갖다 주면 종이 1키로(kg)에 60원, 고철 1키로에 100원 받는다. 궁둥이 붙일 적이 없다. 저녁 때까지. 그카해도 하루에 한 2500원, 5000원 받나.

거실 탁자에 놓인 도시가스요금 고지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7110원.' 김 할머니는 “난방을 때지 않는다”고 하셨죠. 할머니는 침대 앞에 펼쳐 둔 룸텐트 안으로 들어가라며 손짓하셨어요.

난방 애낀다고 방바닥이 차다. 추븐데(추운데), 요리 들어와라. 요고 한 개 딱 펴고, 전기장판 딱 켜면 따시다. 요롷게 앉아서 (룸텐트) 문 열고 텔레비전 보다가 추브면 문 딱 닫으면 바람 안 들어오지.


 

김 할머니는 직업부터 일상까지 모든 게 친환경적이다. 

자원 귀한 시대에 사셨던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사시는 방식은 우리가 배워야 할 '오래된 미래'다. 사진 이경숙, 이로운넷 머니투데이

 

지난해 겨울 한창 추위 때 할머니가 낸 도시가스요금은 월 3만 원이었대요. 친구들이 와서 할머니의 룸텐트를 보고 “어디서 났냐, 나도 좀 얻게 알려다오” 했지만, 할머니는 “공짜가 어딨노?”하고 잘라버리셨다고요. “안 살까봐.” 그러니까 할머니한테 ‘공짜로’ 난방텐트 쳐준 사람들한테 폐가 될까봐 그러셨다는 거에요.

김 할머니는 직업부터 일상까지, 참 친환경적으로 사십니다. 쓰레기가 될 자원을 다시 경제 자원으로 바꾸는 일로 소득을 버시고, 에너지 낭비가 거의 없이 알뜰살뜰 살고 계시니까요. 그렇다 해도 찬바람 맞으며 하루종일 일하는 삶은 고됩니다.

불꺼진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께 가장 좋은 선물은 '난방비 걱정 없이 편히 따뜻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일 겁니다. 그걸 준 사람들이 할머니한테는 '산타' 같은 존재, 가족처럼 다감한 존재인가 봅니다. 혼자 계시는 김 할머니를 위해 룸텐트를 재설치해준 '산타들'에게 할머니는 "뭐든 잘 안 되지? 그래도 잘 될거구마. 대박 내야지"하시며 따뜻한 봉지 커피와 곱게 깍을 감을 쟁반에 받쳐 내왔습니다.

할머니 같은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집 200여 곳에 그러한 공간을 선물한 산타들이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을 끌어와 대행한 것까지 포함하면 모두 3200여 빈곤가구에 선물을 전달했다지요. 부산시 예비 사회적기업 ㈜바이맘과 임직원 11명의 이야기입니다. 들어보시겠어요?


 

바이맘단체사진, ​부산시 사회적기업 바이맘 임직원, 바이맘 사진 제공  

바이맘은 2012년 5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청년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설립됐습니다. 주식회사이지만 미션이 일반 주식회사와 다르지요. ‘에너지빈곤 문제 해결’.

창업 3년차인 바이맘은 미국 탐스슈즈 같은 '기부회사'입니다. 탐스슈즈처럼 매출이 기부와 바로 연계되어 수익이 적어도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기부가 일어납니다. 바이맘의 올해 매출 목표는 10억 원. 출발기의 사회적기업으로는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동로 부산디자인센터에 자리 잡은 바이맘 사무실에 찾아갔습니다.

 



 

사무실 안에선 여기저기에서 시끌시끌 전화통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책상이 빼곡히 찬 좁은 공간에서 직원 7명 모두가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어요. 제품 배송을 위해 지하 물류창고에 있는 직원 3명 빼고는 전 직원이 전화기에 매달려 있었지요.

하필 제가 방문했던 날은 품절됐던 난방텐트가 재입고된다고 미리 공지했던 날이었어요. 그러자 일시에 구매희망자가 몰려 바이맘 사이트가 접속장애를 일으켰지요. 빗발치는 고객들의 전화 문의에 직원들은 구두로 구매안내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고객반응이 이렇게 열광적이라면, 올해 매출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바이맘 창업멤버인 장진권 전략기획본부장과 김민욱 대표. 사진 이경숙 이로운넷 머니투데이

 

“매출목표가 아니라 생산목표를 세우는 상황”이라고 김민욱 바이맘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바이맘 제품을 구매하신 분들은 다른 제품 구매자들과 달리 사은품이나 포인트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 홍보글을 올려주신다고 해요. 인터넷에서 좋은 입소문이 나고 겨울 추위가 닥치면서 매출은 잘 일어나고 있는데 정작 쉽지 않은 게 생산목표를 달성하는 일이래요. 원단이나 바느질 품질을 맞추려면 구매 주문이 는다고 생산을 늘릴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김 대표는 원단에 3주, 봉제에 한 달은 잡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름부터 미리 만들어 올 겨울에 7000개를 팔 예정인대, 그 이상 못 판대요. 원단, 바느질 품질을 유지하려면요. 김 대표는 바이맘 제품이 중국산이나 원단이 싼 다른 제품보다 비싸지만 그건 저소득층에 기부하기 때문이 아니라 원단, 폴대(지지대), 바느질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난방텐트는 실내에 펴놓고 쓰는데다 그 안에 들어가서 잠을 자면서 호흡하잖아요. 유해물질이 배출되지 않고 항균성, 보온성이 높은 원단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함께 원단을 개발했는데, 그걸 만들어줄 수 있는 제작사가 흔치 않아요. 노스페이스 원단을 제작하는 회사를 겨우 뚫어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산량을 크게 늘린 지난해, 실제로 품질관리에 어려움이 왔대요. 김 대표는 친구한테 고충을 털어놓다가 우연히 ‘텐트의 전설’이라 불리는 노장이 은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찾아가 ‘삼계탕’을 대접하고는 무릎을 꿇고 ‘도와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렇게 결합한 '텐트의 전설'이 바로 텐트 생산관리경력 30년의 노경석 이사였습니다. 노 이사는 새터민 출신 청년, 장애인 청년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생산관리 전문인력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텐트의 전설' 노경석 바이맘 이사. 사진 이경숙 이로운넷 머니투데이  

 

바이맘의 목표는 여름에도 에너지 빈곤층을 도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래요.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장수영 포스텍 교수의 자문을 받아 태양광 패널로만 작동되는 초소형 에어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빈곤층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냉방비 안 들이고 시원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개발목표라고 합니다. 이게 개발 되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들은 쾌적한 공기를 선물하는 ‘여름 산타’를 만날 수 있겠죠?

그 전에, 바이맘의 '겨울 산타' 활동에 동참하려면 소셜펀딩 와디즈(www.wadiz.kr)사이트에서 바이맘 룸텐트를 주문하면 됩니다. 이익금은 지난해 기상관측 이래 최대 폭설로 피해를 입은 강릉 지역 에너지빈곤층에 난방텐트로 기부될 예정입니다. 이 이벤트는 12월 19일에 종료되니, 참여하시려면 주문을 서두르셔야 할 듯합니다. 벌써 달성 목표는 초과했지만 바이맘은 19일까지는 참여의 길을 열어놓겠다고 합니다.



 

김 대표와 함께 바이맘을 창립한 멤버인 장진권 바이맘 전략기획본부장은 "눈이 많이 오면 에너지빈곤층의 주연료인 땔감과 연탄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며 "폭설로 고립될 위험이 높은 산골의 어르신들한테는 난방텐트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하셨어요. 물론, 폭설로 고립될 위험이 높은 지역뿐 아니라 추위로 고통 받는 가정이라면 어디에든 난방텐트는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가난한 집일수록 소득 대비 연료값에 들어가는 돈의 비중이 크거든요. 게다가 올해엔 연탄 기부도 줄어들었다고 해요.

 


 

 

연탄 기부가 줄었다는 소식, 아직 못 들으셨다고요? 2014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전국의 연탄은행에 들어온 연탄후원량은 11월 말까지 208만여 장으로 지난해 401만 장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고 해요. 1장당 313원의 연탄값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습니다. 연탄 생산 과정의 유해성, 소비과정의 온실가스 발생 등 반환경성 때문에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탓입니다.

지난 11월 21일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회는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탄원서에서 연탄 생산단지 인근 주민들은 "연탄 소비량 중 가정 사용량이 30%에 그치는데도 '서민 연료'라는 명목으로 생산업체에 지원금을 주는 건 취지에 어긋난다"며 "인근 주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연탄생산 지원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여러모로 연탄업체 쪽에 돈을 지원해 연탄가격을 낮추는 정책은 지속되기가 어려워보이지요?

그러나 연탄 지원이 끊기면 빈곤가정은 당장 추위로 내몰립니다. 빈곤층은 일반가정보다 연탄, 석유 등 경제성 낮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연료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2011년 에너지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연탄, 석유 사용률은 각각 5%, 20.1%로 200만~300만 원 이상 가구의 2배를 넘는다고 합니다. 가스보일러나 전기제품을 쓸 형편이 못 되는 탓입니다.

소득 대비 에너지소비의 비중은 저소득층일수록 높습니다. 소득 1만 원당 에너지소비지출비용을 나타내는 에너지소비지수는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가 500만~600만 소득 가구의 5배가 넘습니다.

당장 연탄이 필요한 가정에는 연탄을 드리는 게 가장 급한 지원이지요. 이 가정에 난방텐트를 함께 드리면 어떨까요? 김 할머니 댁처럼 난방텐트만 드려도 도움이 크게 될 것이에요.

바이맘이 실험해보니, 난방텐트를 친 상태에서 전기장판을 켜면 그냥 전기장판만 사용했을 때보다 온도가 6~7도 가량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실내 보온막이 따뜻해진 공기를 잡아두기 때문이죠.

 


 

 

김민욱 바이맘 대표는 "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 구입비에 쓰는 에너지 빈곤층이 국내에 130만 가구로 추산된다"며 "이들에게 연료 등 일시적 비용을 지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난방텐트, 방한공사 등 반영구적인 설비 투자를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육성과정을 통해 육성된 사회적기업 바이맘은 그동안 현대차 그룹, 한국남동발전, 현대엔지니어링, 라이온스클럽, LG전자와 함께 빈곤가구 3000여 곳에 난방텐트를 보급한 바 있다고 합니다. 올해엔 연탄 대신 룸텐트, 아니 연탄과 함께 룸텐트 기부 어떠세요?  부스러기 돈으로 시작하는 기부, 11년 동안 아동 후원한 선생님 산타 이야기 보기

 

바이맘 홈페이지http://bymom.org/

바이맘 문의전화 : 070-4739-2601

해피빈으로 연탄 기부http://happylog.naver.com/wjbab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