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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야기

비정규직 고착화시키는 장그래법 언제쯤 걱정안하고 직장생활할까

비정규직 고착화시키는 장그래법 언제쯤 걱정안하고 직장생활할까




비정규직 종합대책 사회적 합의 진통 예상…9일 새해 첫 노사정위 회의 개시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향후 노사정 합의와 무관하게 정부가 관련 입법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큰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고용노동부가 작년 12월 29일에 내놓은 종합대책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고용기간을 채운 뒤 정규직 전환이 안 되면 기업이 별도로 이직수당을 주도록 했다. 또 정규직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임금부담도 줄이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일부에선 이 대책을 드라마 '미생'에서 정규직을 꿈꾸던 비정규직 사원 장그래의 이름을 따 '장그래 방지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반대로 전국 600만의 장그래를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묶어두는 '장그래 양산법'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재계는 "고용 규제만 강화해 기업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라고 비판했고,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대책"이라고 논평했다. 최근 학계와 정치권도 비판에 가세하면서 향후 노·사·정 논의와 국회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노동학계 한 인사는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한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타당하다"면서도 "하지만 특정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기간제로 채우고 그 기한을 늘린다는 것과 이들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모순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도 "일은 더 많이, 임금은 더 낮게, 해고는 더 쉽게 하는 대책을 내놓고 비정규직 보호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민 요구는 정부의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 안팎에선 논란의 중심에 놓인 정부안에 대해 너무 성급하게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집권 3년차인 올해 경제 활성화와 노동 개혁에 집중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라 당초 일정보다 서둘러 잡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정부 쪽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올해부터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예고한데다가 노사 모두 자기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보니 고용노동부가 정부안을 서둘러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개혁 속도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 속에 3월 전 입법이 완료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노동부로선 자신감이 크다.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힘을 실어주는데다가 국회 다수당이 여당이고 국민 여론도 나쁘지 않다는 계산이다. 특히 2010년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와 창구단일화를 전제한 복수노조' 등 노조법을 입법화하는데 정부가 앞장서 관철시킨 경험도 한몫을 한다.

한 노동전문가는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불리를 따지면서 입법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노사정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원칙과 방향에 대해 합의한 상황이어서 이를 명분 삼아 노사정 타협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공익위원 안으로 국회에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다.

노조법을 비롯해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역대 정부에서 추진해온 수많은 고용노동 관련 정책이 노사정 타협을 이루지 못하고 사실상 '경제활성화' 중심의 정부안이 채택되는 과정이 되풀이돼 온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해석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종합대책은 노사정 논의를 위한 정부안일 뿐 노사정 각각의 안에 따라 좋은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한다는 말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노동계가 정부의 힘에 끌려 다닐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노사정 대표자들은 9일 예정된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편과 통상임금, 정년연장 등의 3대 노동 현안 등을 논의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고 공공부문부터 정규직화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이 됐으면 이를 지키는 것이 순서이지 재계가 반대한다고 해서 공약을 뒤집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모든 사회적 대화는 닫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