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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야기

관세청, 조양호 회장 자택 '또다시 압수수색'


2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압수수색에 나선 관세청 직원들이 자택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최동수 기자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관세포탈 혐의를 수사 중인 관세청이 조양호 회장 자택을 또 다시 압수수색하고 있다. 자택 내에서 증거인멸 정황이 나오는 등 의혹이 확산 되자 전격 추가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 4월30일 보도 [단독]조양호 회장 증거인멸 의혹...자택서 'A4 1000장 분량' 폐기 참고)

관세청이 열흘 동안 3번의 압수수색을 몰아치고 경찰이 갑질 의혹 수사를 총수 일가 전체로 확대하는 등 당국의 압박이 거세다.

관세청은 2일 오전 11시20분부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 등 3명이 거주하는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관세청은 이날 압수수색에 조사관 15명을 투입했다. 압수수색에 나서자 조현민 전 전무가 현관문을 열어줬다. 조 전 전무는 압수수색 사실을 듣자 "변호사를 불러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관세청은 1·2차 압수수색 당시 미처 확보하지 못한 자료를 찾고 추가로 포착된 혐의점을 확인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이 평창동 자택을 다시 압수수색 한 건 지난달 21일 1차 압수수색 이후 11일 만이다. 당시 관세청은 평창동 자택을 비롯해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자택,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사무실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3일 2차 압수수색 때는 조사관 20여 명을 동원해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전산센터와 서울 중구 한진관광 사무실, 대한항공 김포공항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진관광 사무실은 조 전 전무가 주로 사용하던 곳이다.

관세청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5년 치 신용카드 사용 내역, 대한항공의 10년치 수입 내역 등과 비교해 관세포탈·밀수 의혹을 규명하고 있다.

1차 압수수색 이후 평창동 자택에서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택에서는 다량의 파쇄된 문서를 비롯해 오래된 귀금속 보증서 등이 버려졌다. 파쇄된 문서 규모가 A4 용지 1000장 이상으로 추정되는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주요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없애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자택에서 나온 문서 중에는 이 이사장의 해외명품 구입 내역이 담긴 '사모님(MRS.DDY) 지출 내역'도 발견됐다. 이 문서에는 이 이사장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해외에서 구매한 물품 목록과 금액이 상세히 나온다. 이 이사장은 2008년 12월11일에 독일 명품 브랜드 질샌더(JIL SANDER)의 의류를 구매하는데 8265유로(약 1532만원, 당시 환율 기준)를 지급하는 등 해외에서 고가의 명품을 구입했다.

한편 경찰도 한진 일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폭행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조 전 전무가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광고대행사 직원들과 회의를 하던 중 소위 '물컵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는 조 전 전무뿐만 아니라 이 이사장을 비롯해 한진그룹 일가에 제기된 각종 갑질 의혹 전반을 조사 중이다. 광수대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관련 자료가 확보되면 이 이사장 등도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